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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시관 탐방하기

라 카페 갤러리 - 올리브 나무 아래서

by 쫑쌤 202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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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카페 갤러리는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로 운영되며, 3층에는 '나눔문화'의 사무실이 있었다. 카페와 갤러리 자체도 나눔문화에서 운영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라 갤러리는 2012년부터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상설 개최하고 있다.

 

'내가 사진 속 사람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 이들이 카메라를 통해 내 가슴에 진실을 쏜 것이다.'

 

시인이 사진마다 쓴 한 편의 시와 같은 설명이 인상깊었던 전시였다. 전시장에는 보통 전시장에서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음악들이 나왔는데, 알고보니 이것은 시인이 곳곳을 다니며 수집한 세계음악이었다.

 

시인은 1957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농가에서 자랐다. 16세에 서울로 올라가 일을 하면서 노동자의 삶을 시작했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의 줄임말이다. 이 필명으로 얼굴없는 시인으로 시를 발표하고 운동하였다.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은 다시 군사독재정권이 금서로 지정했다.

1991년 안기부에 체포된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다행히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7년 6개월 만에 출소했다. 이후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고, 지금은 비영리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하고 반전평화운동에 전념했다. 이후 전쟁과 가난에 고통받는 나라들로 떠나 평화활동을 계속했다.

 

박노해 시인은 올리브나무에서 신성한 빛과 강인한 힘을 느꼈다.

 

'척박한 땅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짜 올려, 고귀한 열매와 기름과 사랑으로 피고 맺는 좋은 것들을 아끼없이 내어주는 나무. 그에게 올리브나무는 오래고도 한결같은 사랑 그 자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나는 천 년의 올리브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쉬고 다시 나의 길을 간다.'

 

'우리는 좀 더 강인해져야 한다. 고귀한 인간 정신으로, 진정한 나 자신으로, 저 광야의 올리브나무처럼 푸르르고 강해져야 한다.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것처럼 인간은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시대가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이 숨 쉬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았도 자신의 선 자리에서 힘겹게 양심과 원칙을 지켜가는 사람들,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살아가며 선한 메아리를 올려오는 사람들, 나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고 길이 되는 사람. 올리브 나무처럼 몸을 기울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지구상에는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 또한 전쟁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렇게 물자가 풍요로운데, 마음은 늘 여유가 없다. 이 힘든 시대, 버티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 있으리라

 

1층 카페도 자연과 함께하는 이쁜 곳이어서, 차 한 잔 하면서 박노해 시인의 수필을 읽었다.

눈물꽃 소년. 제목과 같이 시인의 눈물 젖은 어린 시절을 표현한 수필로, 책을 읽으며 나도 함께 눈물을 흐르게 된다. 

 

박노해 시인을 키운건 어렸을 때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이웃사촌 들이 모두 시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깨달음을 주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한마디가 내 마음도 울렸다. 박노해 시인의 어린날의 이야기는 순박한 시골소년의 순수함 뒤에 숨겨진 눈물과 함께한 마음 한켠이 애리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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