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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시관 탐방하기

서울공예박물관-사전가직물관

by 쫑쌤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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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지는 작년에 개방된 곳이다. 일제강점기엔 친일파 소유였다가, 해방 후에는 미국 소유로 넘어가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다. 올해 말까지 개방되었다가 이 자리에 곧 이건희 기념관이 들어설 계획이라 한다. 계절마다 적당한 꽃들이 심어져 있어 너무 이쁜 공원으로 탈바꿈중이다.

 

열린 송현 바로 옆에는 서울공예박물관이 있다. 옛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이 박물관은 2021년에 개관하였다. 넓은 운동장은 잔디공원으로, 여러 부속건물들은 여러개의 전시동, 교육동으로 바뀌었다. 전시는 크게 전시1동, 전시2동, 전시3동에서 상설전시로 이루어진다. 전시1동, 전시2동에서는 공예역사전시를, 전시3동에서는 직물공예전시를 한다.

 

나는 이번에 전시3동에서 직물공예 전시를 관람하였다. 전시3동 1층에는 하루동안 이용할 수 있는 사물함과 사랑방이라고 휴게실이 있다.

 

관람시간 : 10:00 ~ 18:00 (월요일, 1월 1일 제외)

전시해설 : 11:00, 14:00

 

 

전시3동은 사전가 직물관이라는 이름이 따로 붙어있다. 보자기 할아버지라 불리웠던 허동화는 부인 박영숙 여사와 함께 생전에 수집한 자수품과 보자기를 포함한 소장품 5천 여 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자수와 보자기 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60년대부터 그는 자수품과 보자기를 비롯한 우리의 옛 복식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였다. 그래서 지금 상설전시되고 있는 것도 허동화의 수집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전가는 허동화의 아호이다.

 

전시는 2층부터 시작한다. 2층에 들어서자 강렬한 빨간 색상의 벽면에 예쁜 자수가 장식되어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전통 자수는 한국미술사에 새로운 한 장을 장식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수 작품 속에 담긴 한국 여인들의 의식, 습관, 풍속, 신앙, 사상 등이 문화사적 측면에서 재조명되고 또한 전통의 보존과 그 전승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서 삼천리 금수강산에 자수의 꽃이 활짝 피어나리라고 확신한다.' - 허동화

여기서 금수강산은 금빛 수를 놓은 것만 같은 아름다운 강과 산이라는 뜻으로 자수와 그 맥을 같이하는 단어이다.

 

 

우리나라 전통 자수는 삼국시대에 이르러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보존의 어려움으로 남아있는 유물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것들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바느질과 자수를 여성들의 기본 규범으로 강조하였던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다.

 

직물 자료는 다채로운 색채와 문양이 돋보이지만 여러 재질 중에서도 보관과 보존처리가 까다롭다. 빛과 온습도, 벌레뿐만 아니라 오염에도 손상된다. 그래서 보존을 위해 전시물들을 다 유리창 안에 있었고, 조명이 매우 어두웠다.

 

자수 기법으로 만든 대표적 작품은 자수 병풍이다. 갈대와 기러기를 각각 한자로 노와 안이라 하는데, 이를 같이 표현한 그림이 노안도이다. 노안도는 노년의 평안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자수병풍은 그림과 자수가 함께 있는 병풍이다. 무엇이 자수인지 알아맞혀 보시라.

 

 

답은 왼쪽에서 두번째 병풍만이 그림이고, 나머지는 먹의 농담도 표현해 낸 자수작품이다.

 

아래는 작은 화분에 화초나 나무를 심어 가꾸는 분재를 중심으로 사계절을 표현한 자수 사계분경도이다. 오른쪽부터 봄, 겨울, 여름, 가을을 의미하는데, 봄은 꽃, 겨울은 매화와 동백, 여름은 연꽃, 가을은 포도가 각각 계절을 의미한다. 고려시대의 작품으로서 현존하는 자수병풍도 제일 오래된 것이어서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래는 병풍을 표현한 화면이다.

 

 

자수작품에는 사는 동안에는 다복하게, 사후에는 좋은 곳에 가거나 환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이다. 저녁에 지고 아침에 새롭게 피어나는 연꽃에는 환생을 바라는 마음이,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었던 복숭아에는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마음을, 석류는 다산과 풍요를 소원한다.

 

자수 연화당초문 현우경 표지로 자수로 물경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것은 현대의 장인들이 옛기법을 살려 똑같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초록색 바탕에 화려하기도 하고, 단아하기도 한 꽃과 열매가 수놓아져 있다.

 

자수를 할 때 사용하는 실은 푼사와 꼰사가 있다. 푼사는 하나의 실이고, 꼰사는 꼬아져 있는 실이다. 개인적으로 꼰사를 사용한 작품들이 화려하고 입체감있게 표현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여성의 혼례복인 활옷에는 봉황과 모란, 나비 등을 수놓아 행복과 자손번창의 소망을 담았다.

 

 

유교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았던 조선에서는 유교적 소양을 쌓을 것을 사대부 남성에게 강조하였다. 제사 때 사용하는 중국의 청동그릇을 그려진 자수병풍으로 자수 종정도 병풍이라 한다. 종정도는 중국 고대 예기를 문양으로 그리거나 수놓은 작품을 일컫는다.

 

자수의 역사는 길지만 제작자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난 '덕수궁 국립 현대미술관 - 한국 근현대 자수전'에서는 평안도에서 자수를 업으로 삼았던 남성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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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전시를 보고, 3층으로 올라가니, 보자기 전시가 있었다. 기증자 허동화 선생과 박영숙 여사가 이쁜 분홍색 보자기를 들고 있다.

 

 

궁중에서 사용하였던 인문보자기. 보자기도 이렇게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보자기의 형태는 대부분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인데, 용도에 따라 크기, 소재, 구성법, 끈의 개수 등을 결정하여 만들었다. 한두 폭 보자기는 주로 선물, 예물 등과 같은 작은 귀중품을 여러 번 겹쳐 싸는 데 사용되며, 귀한 견(실크)직물에 자수를 놓아 장식하기도 하였다. 반면 세 폭 이상 보자기는 옷이나 이불, 가구를 싸기 위해 면이나 마(삼베나 모시)직물을 이용하여 튼튼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웠던 자수보자기를 소개한다. 바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용하여 조각보자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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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의 또다른 상설전시로는 공예역사전시가 있다. 아래는 그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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