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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수학찾기

수학자로서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by 쫑쌤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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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플라톤'의 저술들이 활발하게 번역되고 연구되면서 플라톤의 정다면체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가장 뛰어난 기하학자 중 한 사람은 화가였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인데, 그의 저술 중에는 『다섯 개의 정다면체에 관한 소고』가 포함돼 있었다. 프란체스카의 연구는 이후 성직자이자 수학자였던 '루카 파치올리'에게 전해졌다. 파치올리의 『신성한 비례』는 그의 기하학적 연구를 잘 보여 준다. 이 책에서 그는 조화롭고 신성한 수학적 원리의 하나로 플라톤의 정다면체를 포함해 다양한 기하학적 다면체를 제시했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삽화로도 유명한데, 다빈치는 파치올리에게 기하학을 배우면서 60여 개의 삽화를 그려 이 책에 실었다. 파치올리는 책 서문에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왼손잡이이자 모든 수학 분야에 정통한 인물인 다빈치가 고맙게도 삽화를 그려줬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내던 다빈치는 그곳에서 만난 루카 파치올리에게 유클리드 기하학과 제곱, 제곱근의 곱셈을 배우고, 보답으로 1496년 그가 쓴 책에 입체도형을 그려줬던 것이다. 다빈치는 정사면체와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와 구, 원뿔, 원기둥, 피라미드 등의 입체도형들을 그렸다.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입체도형을 겨냥도로 나타내기도 했다.

 

사면체의 무게중심 발견

 

꼭짓점 A, B, C, D와 각각 마주보는 면의 무게중심은 점 BCD, ACD, ABD, ABC다. 이를 각각 연결한 선분들은 점 S에서 만나고, 이 점이 각 선분을 3:1로 내분하는 무게중심이다.

 다빈치는 도형에 대한 깊은 고찰로 사면체의 무게중심을 발견했다. 사면체의 꼭짓점에서 마주 보는 면의 무게중심을 잇는 선분을 모두 그리면 한 점에서 만나고 이 점은 각 선분을 3:1로 내분한다. 이 점이 바로 사면체의 무게중심인데, 이 내용이 다빈치가 남긴 노트에 있었다.

 

이탈리아에서의 르네상스 물결은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를 통해 북부 지역으로 번져 갔다. 뒤러 역시 기하학적 다면체를 연구했던 인물이었는데, 뒤러는 그의 저서 『측정에 관한 네 가지 책』에서 다양한 다면체를 소개했다. 이 후 왕실 금세공인이자 판화제작자였던 '벤첼 야므니처'는 뒤러의 작품을 접한 뒤 플라톤의 4원소와 정다면체에 대해 연구하면서 『정다면체 투시도』를 썼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네 가지 원소에 상응하는 정다면체들을 가지고 다양하게 변형하여 새로운 다면체들을 창조했다. 이 책은 당시에 매우 유명했는데, '튀코 브라헤'나 '케플러' 같은 이들의 서재에도 들어 있었다.

야므니처의 책을 보았던 요하네스 케플러는 플라톤의 정다면체 연구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인물이었다. 케플러는 천문학 연구를 하면서 지구를 제외한 행성이 왜 다섯 개(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당시에는 아직 천왕성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이며 각 행성의 궤도는 왜 그런 크기인지에 관해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중 태양이 지나는 황도 위에서 목성과 토성이 만나는 지점을 표시해 연도 순으로 선을 그어 계속해서 삼각형을 만들어 갈 때, 황도 내부에 다시 작은 원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놀란 그는 원과 정다면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케플러는 그 과정에서 세상에 오로지 다섯 개의 정다면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이 만든 우주의 조화를 보여 주는 수학적 원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1596년에 쓴 『우주의 신비』에서 행성의 회전 궤도를 각각의 정다면체에 외접하는 구조로 설명했다. 그는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이 원 궤도로 회전할 때 그 원을 포함하는 구에 외접하는 정팔면체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정팔면체에 외접하는 구를 그릴 때 그것에 속하는 한 원의 둘레가 금성의 궤도가 된다고 보았다. 이어 마찬가지로 금성의 회전 원 궤도가 속하는 구에 정이십면체가 외접하면, 그 정이십면체에 외접하는 구의 한 원둘레가 지구의 회전 궤도가 된다고 보았다. 이런 식으로 그는 구에 외접하는 정다면체와 그 정다면체에 외접하는 구를 구하는 방식으로 태양계 행성의 거리와 회전 궤도를 설명했다. 오차가 5% 정도였으니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까웠다. 그의 발견은 플라톤의 정다면체를 통해 천상계의 행성 운동을 설명한 것이었던 만큼, 당시 유럽 학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케플러의 정다면체 원 궤도 우주 구조는 이후 정확한 천문 관측 자료를 접하면서 타원 궤도로 수정되었다. 비록 원에서 타원으로 바뀌었지만, 신이 창조한 우주의 기하학적 조화의 원리는 케플러가 계속해서 고수했던 신념이었고, 그것은 결국, 뉴턴에 의해 기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정다면체는 오랜 역사를 통해 철학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또 아름다운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덕분에 수학 교육 과정에는 늘 우선적으로 포함됐다. 흔히 수학의 유용성을 실생활의 쓸모 등의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오랫동안 수학은 철학적이고, 신학적이며, 또한 미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것이 바로 서양 수학을 발전시켰던 원동력이자 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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