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에 있는 전기박물관에 다녀왔다. 전기박물관은 한국전력공사 강남전력지사와 함께 있는데, 한전아트센터 3층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 전기는 언제 들어왔을까?
조선 말, 개화의 필요성을 느낀 고종은 1883년 미국에 파견한 보빙사를 통해 서양의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전기등기관소를 설치해 우리나라 최초의 전깃불을 밝혔다.
전기시등도, 이남호, 1987
에디슨이 탄소 필라멘트 전구를 발명한 지 8년 만의 일이었다. 건청궁은 고종이 흥선대원군의 섭정에서 벗어나 새로 지은 궁궐로 고종의 정치적 자립과 근대화의 의지를 담은 장소였다. 고종은 보빙사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에디슨 전등회사에 설비와 기기를 발주해 전기를 생산, 공급하여 전등을 밝혔다.
아래는 당시 사용한 발전기이다. 석탄을 태워 물을 끓이고, 이렇게 만든 증기로 엔진의 플라이 휠을 돌린다. 이 휠과 연결된 벨트는 발전기 속 코일을 돌리면서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였다.
1898년 대한제국 시기에 이르러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하고 전차와 전등을 설치하여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기가 민간에 보급되기 위해 대규모 발전설비가 필요했고, 동대문발전소, 용산발전소, 당안리 발전소 등이 세워졌다.
전차 노선이 확대될수록 상공업이 부흥하였고, 그 중 홍릉선은 일제의 만행으로 시해된 명성황후의 능까지 뻗어있어 대중에게 반일 의식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러일전쟁 승리 이후 일본에게 한성전기회사를 뺏기고 만다. 이후 대한제국은 일제의 세력하에 놓이게 된다.
한편, 한반도 북부 지형은 대규모 수력발전에 적합했고, 수력발전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현재도 수력발전은 북한의 주요 전력공급원이라 한다.
드디어 해방, 인가 싶더니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만다. 대부분의 수력발전소가 북한에 있었으니, 남한의 전력난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전쟁이 끝나고도 전기의 공급은 부족했고, 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가 세워지고, 1964년 전력 자립의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여러 차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친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전기 공급이 확대되고 안정되었으며 라디오,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늘어났다.
1970년대 한국전력주식회사의 경영난은 석유파동을 두 차례 치르면서 본격적인 공사화 논의로 이어졌다. 1982년, 한국전력공사가 출범했다. 한편, 1979년 첫번째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 준공으로 한국은 21번째 원전보유국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61개의 화력발전소, 2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운전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석탄발전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역행하며 2021년 신규 석탄 확대 3위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원자력발전소는 석탄발전소처럼 운행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우라늄을 채굴하는 과정, 건설 과정, 핵폐기물의 보관, 운반, 처리 등의 후 단계 및 폐로까지 대부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한국은 한국 전력 생산의 약 60% 이상이 화석 연료에서 나온다고 하며, 총 전력량의 약 35%가 원자력발전에 의해 공급된다. 재생에너지(태양광발전, 수력발전)에서 나오는 전력량은 5% 정도일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저탄소 녹생성장에 걸맞게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데도 노력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만큼 대용량의 에너지를 값싸게 생산해낼 수 있는 방법이 당장으로써는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먼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아쉽다. 전기박물관에서는 앞으로 개발될 기술 2가지를 제시한다.
핵융합은 태양에서 빛과 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이며, 고온과 고압 환경 하에서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발생하는 질량 결손이 에너지의 형태로 방출되는 것이다. 반면 핵분열은 우라늄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두개로 분열되는 원자핵이 더 작고, 안정된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핵분열의 가능성을 아인슈타인은 낮게 보았지만 세계대전이라는 위험속에서 핵분열연구는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기후위기라는 위기속에서 핵융합기술도 성공을 거두리라 기대해본다.
우주태양광발전기술은 우주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무선으로 지구에 전송하는기술이다. 2024년 6월 미국에서 이 실험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니, 좀 더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기술들을 아직 상용화되려면 멀었다. 기후위기는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있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할 때이다.
20명이상 방문을 예약할 경우, 해설을 부탁드릴 수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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